영화 '인터스텔라'. <사진=워너브라더스코리아>

[이뉴스투데이 여용준 기자] 2014년 개봉한 영화 ‘인터스텔라’는 사실감 있게 묘사한 우주여행과 상대성이론, 웜홀 등 과학 이론에서 등장하던 것들을 영상으로 구현해 국내에서 1000만 관객을 넘기며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는 오랜 팬들 뿐 아니라 학구열에 불타는 부모들 역시 “과학 공부에 도움이 된다”며 자녀들을 데리고 극장으로 향하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확실히 ‘인터스텔라’는 우주에 대한 여러 과학이론들을 흥미롭게 엮은 영화다. 여기에 쿠퍼(매튜 매커너히)와 일행들이 우주로 떠나게 된 배경을 살펴보면 조금 다른 이야기를 꺼낼 수 있다.

영화에서 이들이 우주로 떠난 이유는 인간이 살 수 있는 또 다른 행성을 찾기 위해서였다. 지구는 세계에 불어닥치는 모래바람으로 식량난이 일고 산업이 붕괴돼 다시 농경사회로 되돌아가게 된다. 한때 우주비행사였던 쿠퍼 역시 생존을 위해 옥수수를 기르는 농부가 됐다.

모래바람은 그 자체로도 사람이 살 수 없는 환경을 만들어내지만 각종 병충해 등 2차 피해를 유발해 농작물은 하나같이 멸종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중국으로부터 밀려오는 미세먼지에 매년 시달리고 있다. 지난 16일에도 수도권과 충청지역 일대 미세먼지는 한때 ‘나쁨’ 수준까지 치솟았다. 앞으로 겨울부터 봄까지 미세먼지 농도는 점차 더 짙어질 것이다. 특히 미세먼지와 함께 유독물질이 섞인 초미세먼지 농도도 짙어지면서 건강관리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그렇다면 ‘인터스텔라’에서 본 것처럼 황사와 미세먼지 때문에 인류는 멸종 위기까지 갈 수 있을까. 우선 가장 단순하게 생각하자면 미세먼지 때문에 폐 질환 등이 생겨서 사망에 이를 수 있다. 그러나 운 좋게 미세먼지로 인한 질환에서 살아남더라도 식량난에 시달려서 굶어죽을 수 있다.

(위) '인터스텔라' 속 야구장 장면. (아래) 10일 한국시리즈가 열리던 SK행복드림구장 모습. [연합뉴스]

실제로 미세먼지에는 대기 중의 이산화황(SO₂)이나 이산화질소(NO₂)가 많이 묻어있어 산성비를 내리게 한다. 이 때문에 토양과 물을 산성화시켜 산림과 농작물에 많은 피해를 준다. 공기 중에서 카드뮴 등 중금속이 미세먼지에 묻어도 농작물·토양·수생생물에 피해를 줄 수 있다. 또 미세먼지가 식물 잎에 묻게 되면 광합성을 방해해 생육을 지연시킨다.

농작물과 산림을 손상시키는 것은 동물에도 치명적이다. 자연의 먹이사슬에서 초식동물은 먹을 것이 없어 말라 죽을 수 있다. 초식동물이 사라지면 자연스럽게 육식동물도 사라지게 돼 동물 생태계도 붕괴될 수 있다.

특히 식물이 살 수 없는 환경이 되면 꿀벌 역시 살 수 없는 환경이 된다. 꽃을 통해 식물이 번식할 수 있도록 돕는 꿀벌이 멸종되는 것은 식량난에 치명적인 원인이 될 수 있다.

‘인터스텔라’에서도 황사와 미세먼지에 대해서는 ‘20세기에 인류가 범한 큰 잘못’이라고 말하고 있다.

환경 파괴로 인해 황폐화한 지구를 배경으로 한 영화는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케빈 코스트너가 주연한 영화 ‘워터월드’는 지구 온난화로 남극과 북극의 빙하가 녹으면서 해수면이 상승해 ‘땅’이 사라져버린 지구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조지 밀러 감독의 영화 ‘매드맥스:분노의 도로’는 사막화한 지구에서 식수를 가진 자가 권력을 갖는 시대를 보여주고 있다. ‘투모로우’는 지구 온난화로 빙하가 녹으면서 해류가 변해 지구에 빙하기가 찾아오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영화를 볼 때는 황당하다싶을 정도로 절망적인 미래 모습이었는데 지금 우리 삶을 살펴보면 아주 설득력 없는 이야기처럼 들리진 않는다. 특히 현실적인 영화를 고집하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라면 그가 보여준 우주 이론들만큼 미세먼지까지 설득력이 생긴다.

다만 현실의 우리에게는 웜홀을 탐험할 우주비행사도 없고 그들에게 기회를 열어줄 미지의 존재도 없다.

미세먼지가 이대로 지속된다면 폐 질환으로 죽든지 아니면 식량난의 한 가운데서 굶어죽는 방법 뿐이다. 설령 운이 좋으면 우리는 ‘설국열차’에서 봤을 법한 단백질 블럭으로 삶을 연명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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