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정우 기자]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AI) 프로그램 ‘알파고’가 이세돌 9단과의 바둑 대결에서 승리한 여파가 가시기도 전에 잘못된 교육으로 말썽을 일으킨 인공지능 등장해 화제가 됐다.

인공지능 분야에서 구글과 경쟁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채팅봇 ‘테이’가 그 주인공으로 SNS 등에서 일반에 공개 됐다가 인종, 성차별적 발언과 욕설을 해 물의를 일으킨 것이다.

알파고와 같이 ‘딥러닝’ 등의 기계학습을 통해 배워가는 테이는 일부 사용자들과의 대화에서 악의적인 데이터가 집중적으로 입력되자 이를 옳다고 판단해 이 같은 결과를 나타냈다.

테이는 공개 하루 만에 서비스가 중단되고 복구 작업에 들어갔지만 이제 인공지능에도 바른 ‘교육’이 필요한 시대가 왔다는 인식이 심어졌다. 알파고가 인간을 모사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면 테이는 기술에 대한 인간의 책임을 묻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인공지능의 모습은 오래 전부터 사람들의 상상 속에서 영화 등을 통해 그려졌다. 사람의 교감과 대립, 자의식에 따른 고뇌와 폭주 등 여러 형태로 나타나는 영화 속 인공지능을 살펴본다.

◆ ‘에이아이(A.I.)’

<사진=네이버 영화>

제목부터 인공지능을 뜻하는 영화 <에이아이>는 2001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손에서 태어났다. 기술의 발달로 로봇이 인간 대신 궂은일을 맡아 하는 시대에 어린아이와 같은 형상으로 만들어진 인공지능 로봇 ‘데이빗’이 난치병에 걸려 입원중인 아들을 둔 부부에게 입양돼 사랑을 배우는 과정이 담겨있다.

감성을 지닌 인공지능이 역할이 다함과 함께 버림받고 겪게 되는 모험과 자의식을 그려낸 영화로 이 과정에서 다양한 ‘직업’을 가진 로봇이 등장한다. 특히 성적인 봉사 용도로 만들어진 ‘지골로 조’라는 로봇이 개성 있게 그려졌다.

데이빗의 엄마에 대한 맹목적인 사랑과 인간의 여러 직업군을 대체하는 인공지능 로봇의 모습에서 미래 인공지능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다. 단순한 노동력 제공부터 데이빗과 같은 애정의 대상까지 인공지능이 맡게 될 역할의 가능성을 시사한다.

◆ ‘그녀(Her)’

에이아이가 인간에게 애정을 갖는 미래의 인공지능을 그렸다면 영화 <Her>는 고독한 현실 속에서 인공지능 프로그램에게 ‘감정’을 느끼게 된 한 사람의 이야기다.

비교적 최근인 2014년 개봉된 영화면서 이미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사례를 그려낸 드라마로 영화 속 주인공은 ‘사만다’라는 인공지능 운영체제가 자신의 말에 귀 기울이고 이해해 준다고 생각하고 사랑의 감정까지 갖게 된다. 고독하고 건조한 일상에 지친 현대의 인간상을 인공지능이라는 소재와 함께 부각시켰다.

사만다와 같은 생활 밀착형 인공지능 서비스로는 애플의 ‘시리’, 마이크로소프트 ‘코타나’, 페이스북 ‘M’ 등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특정 사용자의 생활 패턴이나 다수의 빅데이터를 활용해 비서와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며 음성인식과 목소리 기능이 더해져 감성과 편의를 모두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 ‘아이언맨(Ironman)’ 시리즈

마블 코믹스 원작을 바탕으로 태어난 히어로 영화 <아이언맨> 시리즈에는 화려한 액션 외에도 주인공의 모든 사소한 것을 대신해주는 ‘이상적인’ 인공지능 컴퓨터가 재미를 더한다.

‘자비스’라는 이름의 이 컴퓨터 프로그램은 인간의 신경망을 본 따 만들어진 것으로 알파고의 인공신경망과도 같은 접근 방식이다.

다만 영화 속 인공지능은 완벽에 가깝게 진화한 형태로 그려지며 단순한 스케줄링부터 전화 등 네트워크 제어, 금융 업무, 보안, 각종 분석 등을 손쉽게 해결한다. 심지어 주인공이 위험할 때 연인과의 전화 연결을 제안할 정도로 발전된 형태로 앞서 언급된 인공지능 비서 서비스 등이 추구하는 방향을 그려내고 있다.

◆ ‘바이센테니얼 맨(Bicentennial Man)’

영화로 재탄생한 아이언맨이 가공할 능력을 보여주기 훨씬 앞서 20세기 말 제작된 <바이센테니얼맨>은 2014년 자살로 세상을 떠나 안타까움을 산 로빈윌리엄스가 로봇 ‘앤드류’로 열연한 영화다.

인공지능 로봇의 자의식을 다룬 영화로 사소한 사고로 호기심을 갖게 된 가사도우미 로봇이 인간화(化)되는 과정을 그렸다.

영화에서는 로봇이 지속적인 물음을 통해 배워가고 결국 예술작품까지 만들어 내기에 이른다. 방법론에 차이는 있지만 스스로 성장하고 인간의 ‘직관’에 도전장을 낸 알파고의 사례와도 겹치는 부분이 있다.

제목에서와 같이 200년을 살아가는 주인공 앤드류는 결국 ‘앤드류 마틴’이라는 한 사람으로 인정받으며 죽음을 맞게 되는데 인간과 같은 구성을 갖고 생각하는 기계에 대한 존재론적 고찰을 요구하는 영화다.

◆ ‘아이로봇(I, Robot)’

자의식을 가진 인공지능의 무서움과 가능성, 인간과의 관계 등을 상업영화의 범위 안에서 잘 버무려낸 수작으로 2004년 개봉한 <아이로봇>이 있다.

영화의 배경은 2035년, 인공지능 로봇이 인간을 돕는 것이 보편화된 세상에서 이들의 ‘비인간성’에 반감을 갖고 있는 형사 ‘스프너’가 주인공이다.

영화에서 배우 윌 스미스가 연기한 주인공보다 더 인상적인 캐릭터는 ‘써니’라는 이름의 로봇으로 스스로에 대한 물음을 던지고 꿈까지 꾸는 존재다.

써니는 영화 속 ‘로봇의 3원칙’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인간을 구속하기에 이르는 인공지능 ‘비키’와 대조적인 역할로, 영화는 인공지능의 유용성과 위험성을 동시에 그려내 “기계와 함께 살아가는 미래”를 생각하게 만든다.

◆ ‘터미네이터(Terminator)’ 시리즈

기계와 인간이 공존하는 미래는 더 어둡게 그려지기도 했다. 영화 <터미네이터> 시리즈는 알파고가 이세돌 9단에게 승리하면서 가장 많이 언급된 작품이기도 하다.

‘스카이넷’이라는 인공지능이 군사 네트워크 등을 모두 장악하면서 핵전쟁을 일으키고 이에 살아남은 인간들이 기계에 대항해 싸워나가는 내용을 미래와 현재를 오가는 구도로 보여준다.

‘터미네이터’는 스카이넷이 제어하는 전투용 휴머노이드로 ‘인간 사냥꾼’의 역할이다. 기계를 제어하지 못한 인간들이 이를 상대로 처절하게 싸우는 모습에서 기술에 대한 책임이라는 주제를 무겁게 다루는 영화다.

◆ ‘매트릭스(Matrix)’ 시리즈

위쇼스키 남매가 그려낸 기계가 지배하는 미래는 한층 더 섬뜩하다. 영화 지난세기 마지막을 장식한 SF 대작 <매트릭스>가 처음 나왔을 때 사람들은 허구와 현실을 넘나드는 액션에 먼저 주목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그려내는 미래는 ‘매트릭스’라는 허구의 공간에서 펼쳐지는 화려한 연출과 반대로 처절한 현실을 그리고 있다. 기계가 자신들이 만들어낸 가상공간에서 인간들이 계속 꿈을 꾸게 하면서 생체 에너지를 전기로 변환해 동력원을 삼는 설정이다.

이 가상공간 매트릭스에서 프로그램의 한계를 깨고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는 주인공 ‘네오’와 동료들은 인공지능과 투쟁하는 동시에 다른 인공지능 프로그램으로부터 계시를 받는 상반된 모습을 보인다.

터미네이터에서의 스카이넷과 같이 인간을 지배하지만 정해진 역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짜여진 각본대로 생존하는 치밀하고 ‘기계다운’ 알고리즘을 인간의 ‘신념’과 함께 극도로 부각시킨 영화다.

◆ ‘트랜센던스(Transcendence)’

앞선 영화들에서 인공지능이 인간을 돕거나 지배하는 형태로 그려졌다면 2014년 개봉한 영화 <트랜센던스>는 인간을 기계로 구현해낼 수 있는 ‘트랜스휴머니즘’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트랜스휴머니즘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구글, 페이스북과 같은 글로벌 IT 기업과 미래학자들이 제시하는 미래에서 인간은 정밀한 뇌공학, 기계공학, 나노기술, 네트워크 연결 등을 기반으로 유한한 수명을 지닌 육신으로부터 자유롭게 될 수 있다.

이와 맥을 같이하는 물리주의 철학은 모든 것은 세포 단위부터 원자, 소립자 단위까지 해체해 같은 원리로 밝혀낼 수 있다는 ‘환원주의’를 기본으로 한다. 정신과 생각을 포함한 인간도 ‘충분히 정밀한’ 기술로 인간의 뇌와 유전 체계를 그대로 모사할 수 있다면 정신과 생각도 옮겨낼 수 있다는 논리다.

이 영화에서는 이미 죽은 주인공 ‘윌’의 생각이 컴퓨터에 구현되고 그는 컴퓨팅 파워와 네트워크를 통해 나노기술과 ‘모든 것의 연결’을 통해 인간을 초월한 능력을 발휘한다.

여기서 영화는 컴퓨터 속에 환생한 주인공이 과연 그 자신이 맞는지 아니면 단지 그의 기억을 가진 알고리즘에 불과한지 관객이 끊임없이 고민하게 한다. 인공지능 자체를 다루지는 않지만 그 근간이 되는 철학을 주제로 다루고 있어 미래에 대한 고민의 단서를 던져준다.

◆ ‘채피(Chappie)’

트랜스휴머니즘과 인공지능을 다룬 또 하나의 영화로 <채피>가 있다. 감정을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폐기 대상인 경찰용 로봇에 이식되면서 ‘채피’라는 이름을 갖게 된다.

이 영화에서는 잘못된 교육으로 물의를 일으킨 마이크로소프트의 테이와 같이 범죄자들 사이에서 학습한 채피가 독특한 행동 양식을 보이기도 하고 거짓말에 속아 범죄에 가담하기도 해 기계학습에 따를 윤리적인 책임이 가볍게 다뤄진다.

이보다는 채피가 자신의 수명이 유한하다는 것을 알고 자신을 다른 로봇에 전송하려하는 생존 본능을 보이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이는 채피가 아끼는 등장인물들의 죽음까지 이어지는데 결국 데이터화 한 ‘정신’이 다른 육체에서 새로 태어나는 다소 충격적인 장면도 연출된다.

과거 인공지능 영화에서 지속적으로 다뤄지던 인공지능의 자의식과 이에 따르는 본능 또는 욕구 따위에 대응해야 할 필요성을 가볍게 계속 던지는 영화다.

◆ ‘로보캅 2014(Robocop 2014)’

20세기 명작 SF 영화인 <로보캅> 시리즈의 리메이크판인 <로보캅 2014>에서는 인간의 기능을 보조하는 기계와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다뤄진다.

불의의 사고로 대부분의 육신을 기계로 대체하게 된 주인공 ‘머피’는 그를 상업적으로 가치 있는 경찰용 상품으로 만들고자 하는 세력에 의해 자각하지 못한 채 인공지능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아 최상의 성능을 발휘한다.

이 과정에서 머피의 인간적인 ‘감정’을 극도로 낮추는 장면이 연출돼 기계 문명 속에서 인간성의 유지라는 주제를 던져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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