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가락농수산물종합도매시장 과일경매장 내부에 과일 박스가 쌓여있다. [사진=최은지 기자] 
28일 가락농수산물종합도매시장 과일경매장 내부에 과일 박스가 쌓여있다. [사진=최은지 기자] 

[이뉴스투데이 최은지 기자] “내일은 사과 물량이 더 없을 겁니다” 

28일 오전 8시, 기자가 찾은 서울 송파구 가락농수산물종합도매시장 과일경매장은 경매 열기로 분위기가 뜨거웠다. 과일 유통 물량이 상대적으로 적어 과거와 달리 왠만한 가격으로는 낙찰받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경매 차례가 사과로 넘어가면서 물량 확보를 위한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유통 업계에 따르면, 올해는 국내 사과 유통이 크게 줄었다. 지난해 여름 폭염과 폭우, 우박 등 이상기후가 지속되면서 사과 농가에 전반적인 피해가 발생해 생산량이 30% 줄어든 탓이다. 그 결과, 수요는 여전한 반면 공급이 줄면서 사과의 가격은 크게 높아졌다. 또 사과의 대체 과일을 찾는 수요까지 늘어나면서 과일 전반의 가격도 상승세를 보였다. 

·28일 가락농수산물종합도매시장 과일경매장에서 배·사과의 경매가 이뤄지고 있다. [사진=최은지 기자] 

정부는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생산자 납품단가에 204억원, 소비자 할인에 230억원을 지원키로 한 것이다. 금액적인 부문에서 지원이 이뤄진 만큼, 단기적인 성과는 긍정적이었다. 과일 소매가격이 10%가량 하락하는 등 안정세를 찾은 것. 

문제는 장기적으로도 긍정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지다. 현장에서는 이번 금액 지원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 지원이 납품단가, 소비자 할인에 한정된 만큼 도매가격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만난 도매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의 자금 지원과 도매 경매 상황은 연결 짓기 힘들다”며 “현장에서는 좋은 품질의 과일을 구매하기 위해 여전히 높은 가격이 형성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이날 기준 가락시장 사과 도매 경매낙찰(경락) 가격은 9만 6010원(10kg 기준, 특)을 기록했다. 1년 전 5만 104원 대비 약 2배 수준이다. 최고가는 무려 11만원까지 형성됐다. 한 등급 낮은 상품의 도매 경락 가격은 7만 1424원으로, 이 역시 전년(3만 5960원) 대비 2배가량 높았다.  

28일 가락농수산물종합도매시장 과일경매장 내부에 과일 박스가 쌓여있다. [사진=최은지 기자] 
28일 가락농수산물종합도매시장 과일경매장 내부에 과일 박스가 쌓여있다. [사진=최은지 기자] 

정부의 지원 금액에도 한계선이 있는 만큼, 높은 도매가격에 대한 우려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사실상 할인 지원이 멈추면 곧장 높은 도매가격이 소비자 가격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가락시장에서 소매상을 대상으로 과일 판매를 하는 A씨는 “(이번 상황은) 지난해 추석과 올 설 명절에 정부가 물가 안정화를 이유로 사과·배 공급량을 늘려 이후 물량이 다소 부족해진 영향도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시장 가격은 결국 물량에 따라 좌지우지된다. 과일 가격이 줄어든 근본적 원인은 생산량이 적어 유통량 또한 줄어들었기 때문”이라며 “농가의 생산율을 높일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즉, 이번 가격 상승세가 지난해 냉해 등 이상 기온으로 인해 발생한 만큼, 농가 지원 등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평가다. 

일각에선 농가 차원에서 생산 기술력이 커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기후변화로 인한 생산 변동이 없는 수준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 또한 정부의 기반 지원이 필요하다. 통상적으로 농가에서 기술 혁신을 꾀하기 어려운 이유로 농업인의 고령화가 꼽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도매업계 관계자는 “경매자들 사이에서는 특정 농가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 경우가 있다. 해당 농가의 과실이 유독 품질이 좋기 때문”이라며 “같은 기후 환경 속에서, 유독 좋은 품질의 과일을 내놓을 수 있는 배경에는 기술적 요인도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러한 해결책들은 올해 당장 효과를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결국 올해는 과일 수확 시기를 기다리며 최대한 버틸 수밖에 없는 셈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키위·딸기·참외 등 과채류 수확은 내달 본격화된다. 사과 중 가장 수확 시기가 이른 아오리 사과는 7월에야 만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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